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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재료

점원도 계산대도 없다

ㆍ현실로 다가온 ‘무인 매장’
ㆍ물건 골라 나오면서 앱으로 결제…미국 ‘아마존고’ 새 유통 혁명


지난해 12월 미국 시애틀에 문을 연 무인 매장 ‘아마존 고(Amazon Go)’의 광고 영상에는 쇼핑할 때 줄서서 계산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점을 강조한 ‘단지 걸어 나가세요’ 문구가 나온다.



지난해 말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문을 연 작은 식료품 가게 하나가 유통업계는 물론 정보기술(IT) 업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다른 가게들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이 가게에는 보통의 가게라면 무조건 있어야 할 몇 가지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점원과 계산대, 그리고 계산대 앞 줄서기다. 고객들은 선반에서 원하는 물건을 꺼내 카트에 담은 뒤 걸어 나오기만 하면 된다. 줄을 설 필요도, 카드나 현금을 꺼내 계산대 점원에게 건네줄 필요도 없다. 해야 할 일이라고는 스마트폰을 꺼내 아마존 앱을 켜는 것뿐. 계산에서 결제까지 앱이 자동으로 마무리한다. 아마존이 만든 이 무인점포 ‘아마존고(Amazon Go)’는 쇼핑에서 가장 지겨운 ‘순서’인 줄서기와 계산이라는 과정을 없앰으로써 새로운 유통 혁명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 오사카 모리구치시에 위치한 ‘로손’ 편의점도 점원 없는 계산대를 실험 중이다. 파나소닉이 개발한 ‘레지로보(Regirobo)’ 시스템 시험 적용 점포인 이곳은 계산대에 장바구니를 올려놓기만 하면 친절하게 비닐봉지에 옮겨 담아 고객에게 다시 내주는 로봇시스템을 선보였다. 장을 볼 때 센서가 달린 장바구니에 상품의 바코드를 일일이 스캔해 담아야 한다는 점이 ‘아마존 고’와 다른 점이지만 앞으로는 전자태그(RFID)를 상품에 부착, 이같이 작은 번거로움까지 모두 없애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공상과학소설 속 얘기처럼 들리던 무인 매장의 시대가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아마존 고’는 아직까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점포이고 파나소닉의 ‘레지로보’도 보완할 점이 더 많은 미완의 기술이지만, 최근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진화로 무인 매장은 훨씬 익숙한 형태로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와 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선보인 ‘스마트쇼퍼’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분당점 식품매장에 등장한 ‘스마트쇼퍼’는 카트나 장바구니를 없앤 최초의 매장이다. 고객들은 입구에서 바코드 인식기가 달린 단말기를 받아 매장 안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물품의 바코드를 찍기만 하면 된다. 계산대에서 이 단말기를 제출하고 결제만 하면 된다. 계산된 물품은 집으로 배송되기 때문에 시작에서 끝까지 장바구니 한번 들 필요없이 쇼핑이 끝난다. 하루 평균 50명이 이용했던 이 스마트쇼퍼는 최근 분당점 근거리 배송서비스 이용객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식품기업 아워홈의 푸드코트 브랜드 푸드엠파이어에 설치된 무인정보안내시스템 키오스크로 한 고객이 식사를 주문하고 있다.



요식업계에서는 최근 키오스크 바람이 한창이다. 무인정보안내 시스템을 뜻하는 키오스크는 최근 음식점에서 주문·결제용 무인기기로 인기를 끌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외식 브랜드들이 앞다퉈 키오스크 도입에 나서고 있다. 아워홈의 경우 자사의 푸드코트 ‘푸드엠파이어’와 외식 브랜드 ‘타코벨’에 최근 키오스크 시스템을 구비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까지 지원하고, 휴대전화와 연동시킬 경우 음식이 완성되면 문자로 알려주는 ‘센스’도 탑재했다.

초창기 키오스크 보급의 효자 노릇을 했던 극장이나 항공사들은 이제 대인 창구는 물론 키오스크조차 필요없는 시스템을 구비한 지 오래다. 영화관의 경우 키오스크에 예약번호를 입력하고 종이표를 받아 가던 종전 시스템에서 이제는 모바일 앱을 통해 예약하고 결제한 뒤 모바일 티켓으로 상영권을 찾아 입장하는 시스템을 완비했고, 비행기표도 부쳐야 할 짐이 따로 없다면 모바일 발권 후 체크인까지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끝낼 수 있다.

패션 매장도 이 같은 무인 바람에서 예외는 아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의류 매장에서 고객의 치수를 재고, 스타일에 맞춰 옷을 골라주는 도우미 점원이 사라지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선보인 ‘가상 피팅 서비스’는 디지털 거울을 이용해 옷을 입어보지 않고도 피팅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의류 매장에 직접 갈 필요 없이 상품을 검색할 수 있고 상품의 가격, 색상 등 상세 정보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직 현장에서 주문·결제까지 끝낼 수는 없지만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려운 것은 아니어서 수요만 있으면 언제든 추가될 수 있는 기능이다. 

이처럼 쇼핑의 혁명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찬사를 받는 무인 매장이지만 한편에서는 일자리의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경고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미국의 유통업체 월마트는 무인 매장을 도입하면서 직원 7000여명을 감원할 계획을 밝혔다. 아마존 고의 등장이 미국 내 식료품 매장 근무 직원 340만명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인공지능(AI) 기계’와 인간의 일자리 싸움이 본격화됐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무인 매장을 도입하고 있지만 서비스가 자동화되면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하이패스가 등장하고 요금소 정산원들이 줄어들었듯이 무인 매장이 늘어나면 계산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출처 :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703051435001&code=93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