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디니차(единица - 1점)'는 형식적으로 최저점수('매우 나쁨')인데 실제로 이 점수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 즉 성적이 아니라 행동이 매우 불량할 때 매겨지는 점수다. '콜(кол)'이라 부르기도 한다. 원룸형 아파트(방1개 + 주방으로 구성)는 '오드누시카(однушка)'라고 한다.

 

2. '드보이카'는 '미흡(неудовлетворительно)' 등급이다. 약 20년 전 TV와 VCR이 합체된 제품이 나왔을 때 '비데오드보이카(видеодвойка)'라고 불렀다. 투룸형 아파트는 '드부시카(двушка)'라고 한다. 그러나 노년층에게 '드부시카(двушка)'가 뭐냐고 물어보면 분명 2코페이카짜리 동전이라 대답할 것이다. 이 동전은 소련 시대에 거리의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거는 데 쓰였기 때문에 수요가 많았다.

 

3. '트로이카'는 '양호(удовлетворительно)' 등급이다. 트로이카라는 단어는 바로 '러시아 전통 삼두 마차'이라는 의미로 여러 언어에 차용되어 쓰인다. 그러나 현재 '트로이카'라는 단어는 주로 재킷, 바지 외에 조끼가 포함된 '쓰리피스' 남성 정장을 가리킨다. 방 3개짜리 아파트를 '트료시카(трёшка)'라고 한다. 소련 시절 '트료시카'는 3루블 지폐를 뜻했다(다른 이름은 '트로야크(трояк)'). 0.5리터 보드카 한 병에 3루블 정도했던 1950~1970년대에는 남자들 사이에 '셋이서 한잔(сообразить на троих)'하는 것이 유행했다. 당시에는 술상점에서 만난 세 남자(대개는 모르는 사이)가 1루블씩 각출해 보드카 한 병을 사서 근처에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며 술잔 하나를 돌려가며 마시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4. '체트뵤르카'는 '우수(хорошо)' 등급이다. 또 자주 쓰이는 단어로 '체트베르티(четверть – 1/4)'가 있는 데 '1/4 시간', 즉 15분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예를 들어 11시 15분을 '11시와 1/4 시간(четверть двенадцатого)', 11시 45분을 '12시 1/4 시간 전(без четверти двенадцать)'이라고 한다. 또한 러시아의 한 학년은 네 부분으로 나뉘는데, 그 각 부분을 '체트베르티'라고 한다(각 체트베르티 사이에 방학이 있음).

 

5. '퍄툐르카'는 '탁월함(отлично)' 등급이다. 소련 시대에는 5루블 지폐를 뜻하기도 했다. 현재 이 단어의 이중적 의미가 인기 식료품 유통체인 브랜드 '퍄툐로치카(Пятёрочка)'의 명칭에 쓰이고 있다(고객에게는 '탁월함'과 '저렴함'이라는 두 이미지가 동시에 떠오를 것이다). 소련 시절 5코페이카 동전은 '퍄타크(пятак)'라 했는데 매우 수요가 높았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자동회전식 개찰구를 통과하는 데 쓰였기 때문이다(지하철 요금 5코페이카는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아기돼지의 코를 '퍄타크(пятак)'의 지소형인 '퍄타초크(пятачок)'라 했다. 아기돼지의 코가 당시 크기가 가장 큰 동전이었던 '퍄타크(пятак)'를 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로 인해 '퍄타크(пятак)'는 거친 욕이 됐다. '퍄타크를 친다(дать в пятак)'는 표현은 '얼굴을 때리다'라는 뜻이 됐다. 손 또한 손가락이 다섯 개라는 이유로 '퍄테르냐(пятерня)'라고 한다. '다섯 개를 줘봐!( Дай пять!)'라는 표현은 친근한 악수를 하자는 속어이다.

 

6. '셰스툐르카(шестёрка)'는 36장으로 된 카드게임 조에서 가장 끗수가 낮은 카드다. 바로 이 때문에 범죄 조직에서 가장 위치가 낮은 사람을 얕잡아 범죄 은어로 '셰스툐르카(шестёрка, 똘마니)'라 한다. 반면 일상에서는 러시아 승용차 '지굴리(Жигули)'의 가장 인기 있는 6번째 모델을 수십 년 동안 '셰스툐르카(шестёрка)'라 했다.

 

7. '세묘르카(семёрка)'라면 50년 전 '위대한 7인(Великолепная семёрка)'(한국어 제목 '황야의 7인')이라는 제목으로 소련에 들어온 인기 서부영화가 가장 먼저 연상된다.

 

8. '보시묘르카(восьмёрка)'는 휘어서 8자가 돼버린 자전거 바퀴를 가리킨다.

 

9. '데뱌트카(девятка)'는 축구 골대의 위쪽 코너를 가리키는데, 여기로 골을 넣는 것은 궁극의 기술로 여겨진다. 지굴리의 또 다른 인기 모델인 9번째 모델을 가리키기도 하며, '발티카' 맥주 시리즈 중 돗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번호가 9번이고 알코올 도수 9%인 맥주를 가리키기도 한다(보통 '데뱌트카'는 주당들만 마신다고 보는 분위기다).

 

10. '데샤트카(десятка)'는 사격판의 정중앙, 10점을 의미한다. '10점을 맞춘다(попасть в десятку)'는 표현은 '어떤 일을 매우 정확하게, 확실하게 하다'는 뜻이다. 얼마 전까지 10루블 지폐를 '데샤트카(десятка)'라 했는데, 현재 이 지폐는 점점 사용이 줄어들어 동전으로 대체되고 있다.

 

50. 50루블 지폐를 '폴틴니크(полтинник)'(100의 절반이라는 뜻)라고 한다. 소련 시절에는 50코페이카 동전을 가리켰다. 흥미롭게도 여러 시대의 (모든 인플레이션과 디노미네이션을 거친) '폴틴니크(полтинник)'의 구매력은 거의 엇비슷했다.

 

100. 100루블 지폐를 '소트냐(сотня)' 또는 속어로 '스톨니크(стольник)'라 한다. 한편 '소트카(сотка)'는 면적을 재는 단위(100m2)인데, 구어체에서는 '셰스티 소토크(шесть соток, 600m2)'라는 숙어로 가장 많이 쓰인다. 국가가 시민에게 부업용으로 지급하던 텃밭용 토지의 크기가 바로 600m2였기 때문이다. 현재 '셰스티 소토크'는 '표준형의 소박한 교외 다차'를 의미한다. 100이 들어가는 단어는 여러 표현에서 '어떤 것의 최고 수준'을 의미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토푸도보!(Стопудово!, 100푸드만큼!)'(푸드(пуд) – 러시아의 중량단위, 약 16.38kg)라는 말은 굳건한 약속을 의미한다('반드시!'라는 의미). '100으로 보이다(выглядеть на все сто)'라는 말은 '멋지게 보이다'는 뜻이다.

드보이카, 트로이카, 체트뵤르카 등은 예전에 시내버스의 번호(2번 버스, 3번 버스, 4번 버스...)를 가리키기도 했다. 작은 도시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으나, 대부분 버스의 번호가 이미 세자리수가 된 모스크바에서는 점점 듣기 어려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