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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으로

우즈베키스탄의 밀수문제


우즈베키스탄은 이중내륙국이면서 폐쇄적인 경제운용으로 인해 타국과의 교역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하지만 시장에 나가보면 의외로 다양한 물건들이 생각보다 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같은 물건중 상당수는 정상적인 경로로 들어오지 않고 밀수와 같은 지하루트를 통해 유입되지 않았나 여겨진다. 해서 한양대 객원연구원이 쓴 우즈베키스탄의 밀수문제에 대한 글을 올려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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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즈베키스탄의 밀수 동향

-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국경지대인 페르가나 벨리(Ferghana Valley)에 위치한 ‘밍돈(Mingdon)’이라는 우즈베키스탄의 작은 마을은 우즈베키스탄 국경수비대가 활동하는 낮에는 조용한시골 도시임. 그러나 밤이 되면, 이 마을에 거주하는 1만 여명의 주민들은 양국의 국경을 넘나드는 밀수업자로 변하고 있음.

- 키르기스스탄으로부터 우즈베키스탄으로는 주로 중국산 의류와 가전제품, 식료품등이 주로 들어오며, 우즈베키스탄에서 키르기스스탄으로는 트럭을 통해 과일이나 채소 등이 주로 밀반입되고 있음.

- 밀수업자들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무역관련 규제가 심한 우즈베키스탄의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음. 우즈베키스탄은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하기위한 명목으로 수입관세를 매우 높게 책정해놓고 있음.

- 식품, 의류, 가전제품, 자동차 등을 포함하는 대부분의 소비재 제품들에는 40%에서 100%에 이르는 수입관세가 부과되고 있음.

- 최근 들어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밀수를 막기 위해 키르기스스탄과의 국경을 따라 철조망으로 된 펜스를설치하고 많은 지역에는 참호를 설치하기도 하였음. 또한 무장한 국경수비대가 종종 밀수업자들에게 총격을 가하기도 하고 있음. 지난달에는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국경수비대가 상호 총격을 가하여양 측에서 각각 1명의 사망자가 나오기도 하였음.


■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과 현실의 괴리

- 우즈베키스탄의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는 현실을 통해서 보면, 우즈베키스탄에서의 밀수업자들에 대한 정부의 통제는 표면상으로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 7월의 매체를 통한 정부 발표에 따르면2011년 우즈베키스탄 세관은 29000 여건의 통관관련 위반 사례를 적발하였고, 900 여건의 밀수사례에대한 사법처리를 종결했으며 약 1100억 숨(약 6000만 U$)에 달하는 물품이 압수되었음. 정부관계자는“우즈베키스탄 정부의 국경통제는 확고하며 모든 밀수업자들은 법에 의해 처벌받고 있다”고 밝힘.

- 그러나, ‘밍돈’이라는 도시의 사례에서 살펴보듯이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국경통제는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고 있음. 밍돈은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정부에 의해 완전히 경계가 구분되어지지 않은 지역에 자리잡고 있고, 밀수업자들은 상품 운송에 있어서 주로 도시를 우회하는 경로를 이용하고 있음.

- 밍돈의 한 공무원은 “사실상 정부가 불법적인 밀수행위를 단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경은 ‘체’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 밤에는 스스로도 의류와 소형 가전제품을 밀수하는 일에 종사한다고 이야기하였음.

- 양국간의 밀수 규모에 대한 신뢰할 만한 수치는 없음. 다만, 지난 6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키르기스스탄의 마데미노프(Muradyl Mademinov) 총리는 우즈베키스탄으로부터 키르기스스탄으로 불법으로 유입되는 과일과 채소의 규모가 약 9000만 달러(U$)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힘.

- 2011년 비쉬켁(Bishkek)에 기반을 둔 중앙아시아 자유시장연구소(Central Asian Free Market Institute)는 우즈베키스탄으로 불법 유출되는 상품의 대부분은 중국산으로 의류(68%), 주방용품(19%), 가전제품(13%)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식료품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힌 바 있음.


■ 통제가 되지 않는 밀수업자들

- 밍돈의 한 밀수업자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약 300달러(U$)의 수입을 올릴 수 있으며 이러한 금액은 우즈베키스탄 공무원의 한 달 치 급여보다 많은 것이다”라고 밝혀, 밀수가 매우 이윤이 높은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음.

- 키르기스스탄 국경도시인 아라반(Aravan)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마르하맛(Marhamat)이라는 우즈베키스탄의 도시에서는 마피아 형태의 대규모 사업자들이 수백 명의 주민들을 고용하는 형태로 밀수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함.

- 한 밀수업자는 “우즈베키스탄 세관 당국과 국경수비대는 밀수업자들의 행위를 묵인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고 있으며 국경수비대는 밀수행위를 묵인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상품 운반을 도와주기까지 한다.”고 이야기 함. 국제투명성 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에 의하면 우즈베키스탄의 부패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는 조사대상국인 183개 국가 가운데 177위에 그치고 있음.

-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밍돈이나 마르하맛과 같은 도시들은 과거 경제적인 침체를 겪었으나 밀수로 인해경기가 매우 활성화되고 있다고 함.

- 밍돈의 한 주민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에 있다. 특히 키르기스스탄의 국경에 가깝게 붙어있는 주택들이 가장 비싸다. 우리는 더 이상 돈을 벌기위해 러시아에 일하러 갈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 함.

- 타슈켄트에 기반을 둔 관영 신문사의 한 기자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중앙정부는 밀수업자들에 대한 지방정부의 느슨한 정책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음.

- 그는 “비밀경찰들은 국경지역에 대한 단속을 통해 불법적인 밀수업자들과 공무원들을 단속하고 있다. 그러나 체포된 사람들은 뇌물을 주고 다시 빠져나오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비밀경찰도 청렴하지 않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밝힘.

- 우즈베키스탄의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현재까지 고수해 온 지나치게 통제적인 정책도입을 재고하여 무역을 좀 더 자유화하고 지방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음. 그러나 중앙정부는 권력을 집중화하고 통제를 강화하는데 더 몰두하고 있음.


■ 총 평

- 우즈베키스탄은 유치산업(infant industry)을 보호하기 위해 개혁 초기부터 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물품에 대해 완제품의 경우 매우 높은 관세를 유지해 왔음.

- 그러나 정부가 의도해 왔던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강화라는 목표가 과연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왔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음.

- 이보다는 정부의 높은 수입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밀수업자들의 활동이 계속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임.

- 보도된 바와 같은 국경을 통한 밀수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수입업자들은 수입관세를 줄이기 위한 수 많은형태의 불법통관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있음. 많은 수입업자들은 인보이스 상의 수입가격을 낮추거나 수량을 줄이는 방식 등을 통해 수입관세를 적게 내고 있음.

- 무조건적인 시장개방도 문제가 될 수 있으나 기업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고 국민의 소비생활에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는 적정선의 수입관세 부과가 이루어져야 할 것임.


박 지원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객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