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앙아시아를 사랑한다.
어릴적부터 실크로드를 꿈꿨으니 그 종착지가 여기인건 당연하겠지.
중앙아시아는 내게 70년대의 아릿한 옛 영화와 같은 느낌이다.
한국인 민병훈감독이 우즈벡에서 우즈벡의 이야기를 우즈벡 배우와 함께 풀어간 영화 '괜찮아,울지마'(2001) 를 소개할까 한다.
이 영화의 스텝으로 참여했던 고려인 박루슬란은 다음에 소개할 영화 '하나안'의 감독이 된다.
내용은 이렇다.
모스크바에서 도박으로 빚을 떠안고 고향인 우즈베키스탄의 한 작은 마을로 돌아온 무하마드. 그러나 고향 사람들은 그의 손에 들린 바이올린을 보고 그가 도시에서 성공한 연주자인 줄로 착각 한다. 그러나 허풍을 떨며 돈을 빌리러 다니는 그의 친구들은 반겨주질 않고 가족들의 삶 또한 여전히 고단해 보인다. 무위도식하며 여전히 불안한 시간을 보내는 그에게 어느 날 새로운 전령사가 찾아온다. 그의 창가에 매일같이 달걀 하나가 놓아져 있는 것이다. 곧 응급차 운전수의 딸이 자신을 흠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무하마드는 고마운 마음으로 소녀에게 머리핀을 선물하고,한편 그의 정체를 의심하던 어머니는 결국 아들의 바이올린 케이스를 열어보게 되고 실망만 하게 된다. 어느 날 그를 의심하는 마을 사람과 집으로 찾아온 경찰들을 피해 무하마드는 할아버지 작업장으로 피신을 하고야 만다. 그곳에서 태연한 척 호기를 부려가며 집을 팔고 대도시로 이사 가자며 할아버지를 강하게 회유하자 할아버지는 그의 욕망과 거짓을 꾸짖는 대신 자신이 수 년 동안 가슴에 담아 두었던 비밀을 그에게 털어 놓는다. 할아버지의 우화 같은 이야기를 들은 무하마드는 깨달음과 가족의 의미를 알게 되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고향을 등진 채 길을 떠난다.
예고편
영화 촬영지는 나망간주의 호바라는 곳인데 구글맵에서 어렵게 찾아봤더니 나망간에선 한참 떨어진 아주 외진 시골이었다. 가스도 안들어가는 이런 시골에서 촬영되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내게 차고도 넘친다. 중앙아시아의 시골모습을 이렇게 리얼하게 볼 수있다는게 어딘가 (사실 중앙아시아의 리얼한 시골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민병훈이 잠쉐드 우스마노프와 함께 만들어 연출력을 의심받았지만 명작인 '벌이 날다'를 봐야한다. 벌이날다는 타지키스탄이 배경이다)
'괜찮아, 울지마'는 단돈 천원이면 네이버나 다음에서 다운로드하여 볼 수있으니, 우즈벡의 문화나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삶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작품자체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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